1976년에 준공된 건물이 90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2026년 10월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369-1 현대2차(10·11·20·23·24·25동) 전용 160.28㎡ 11층이 중개거래로 계약됐는데요. 준공 50년차 아파트의 건물 값이 아니라, 재건축 이후에 받게 될 몫이 가격을 끌어올린 거래입니다.
한쪽에는 시공사가 확정된 5천 세대급 재건축 사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같은 주에 고가 구간에서 내려온 인근 단지의 거래가 있습니다. 이 글이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이 90억이 '미래 가치'로 설명되는 가격인지, 아니면 '기대'가 앞선 가격인지입니다.
■ 지어진 지 50년, 그런데 90억입니다
사진: 국토교통부 · VWorld 항공영상 (공공데이터(이용허락범위 제한 없음))
이번 거래의 기본 정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단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10·11·20·23·24·25동)
- 전용면적: 160.28㎡ (공급면적은 확인되는 소스가 없어 전용 기준으로 통일합니다)
- 거래가: 90억 원 / 계약일 2026-10-16 / 11층 / 중개거래
- 준공: 1976년
중개거래라는 점은 짚어둘 만합니다. 가족 간 직거래처럼 가격이 시세와 따로 움직일 우려가 낮은 형태라, 이 90억은 시장이 실제로 받아들인 값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나누면 ㎡당 약 0.56억 원입니다. 건물 노후도로만 보면 설명이 안 되는 숫자인데요. 결국 이 단지의 값은 '입주권과 대지지분'에 붙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같은 단지 196㎡는 127억, 그렇다면 160㎡ 90억은 어디쯤일까
현대2차는 2025년 최고가 거래 상위 100건 가운데 16건을 차지했습니다. 100억 이상이 4건, 90억 이상이 8건이고, 최고가는 전용 196㎡의 127억 원(2025년 6월 거래)입니다.
이번 160.28㎡의 90억은 그보다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반면 2025년 2월에 전용 196.8㎡가 89.5억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것과는 금액이 비슷한데요. 면적이 40㎡ 가까이 작은 집이 비슷한 값을 받았다는 건, 20개월 사이에 이 단지의 가격 눈높이가 올라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옆 단지 현대1차 165㎡의 2026년 평균 매매가는 89억 원으로 표시됩니다. 평균값이라 한 건의 거래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압구정 현대 계열의 160㎡대가 80억대 후반~90억 안팎에 모여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같은 단지 160㎡대의 직전 거래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직전 대비 얼마가 올랐는가'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뜻이니, 이 글의 비교는 인접 면적과 인근 단지에 기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5월에 시공사가 정해졌고, 5개월 뒤 거래가 나왔습니다
현대2차는 압구정 3구역에 속합니다. 2026년 5월 25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해, 조합원 투표 2,621명 중 2,332명(약 89%)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계획된 사업의 윤곽은 이렇습니다.
- 대상: 현대1~7차, 10·13·14차, 대림빌라트
- 공사비: 5조 5,610억 원
- 규모: 지하 7층~지상 최고 65층, 총 5,175세대
시공사가 정해졌다는 건 사업이 한 단계 진전됐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그다음 관문인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 일정은 확인되는 자료가 없습니다. 지금의 90억에는 '아직 오지 않은 절차'에 대한 기대가 얼마간 들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나 더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압구정이라도 신현대 9·11·12차는 2구역으로,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확보한 곳입니다. 3구역인 현대2차와는 사업 단계가 다르니 두 구역의 뉴스를 한데 묶어 읽으시면 안 됩니다.
■ 토지거래허가와 대출, 숫자가 비어 있는 곳
재건축 구역의 거래는 규제와 떼어놓고 볼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2025년 2월, 압구정 등 주요 재건축 구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되 관리처분 인가 이후처럼 투기 우려가 낮아지는 시점에는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2026년 현재의 지정 기한과 대출(LTV·DSR) 세부 조건을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조합설립 이후 구역이라면 실거주 요건 같은 조건이 따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 90억은 단기 시세 차익이 아니라 '입주권을 쥐고 간다'는 전제의 거래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규제 상세는 거래 직전에 반드시 관할 구청과 중개사를 통해 다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글의 수치로 대신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같은 주, 이웃 단지는 값이 내려왔습니다
반대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은 주(10월 12~16일) 인근 신현대12차 182.95㎡ 6층이 88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 면적은 7월 112.5억, 9월 23일 3층 100억이었으니, 석 달 만에 20% 넘게 내려온 셈입니다.
여기에 시장 전체의 분위기도 겹쳐 있습니다. 2026년 7월 보도에 따르면 6월 서울 거래량은 5월의 55% 수준으로 줄었고, 강남·서초·송파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특히 급감했습니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개편을 앞둔 관망세가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물론 신현대12차는 단지도, 면적도, 구역도 다릅니다. 이 하락을 현대2차에 그대로 옮겨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국면에서 90억이 성사됐다'는 사실과 '같은 시기 옆 단지는 값이 내려왔다'는 사실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거기에 공사비 5.5조 원 규모 사업이라는 점, 분담금 추정치가 공개된 자료에 없다는 점, 50년차 건물에서 지금 살아야 하는 불편까지 더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분담금이 얼마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90억의 실질 부담은 달라집니다.
■ 이 거래를 읽는 세 가지 시선
수요자 쪽에서 보는 기대는 분명합니다. 재건축이 끝나면 65층, 5천 세대급 신축 대단지가 되고, 건설사도 '압구정 현대' 브랜드를 이어가는 현대건설입니다.
반대로 회의론은 시간과 비용에 집중됩니다. 관리처분 이후 이주와 공사 기간 동안 자금이 묶이고, 그사이 규제와 금리가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 거주자나 현장 중개사의 목소리는 이번 조사에서 접근 가능한 자료가 없어 담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직접 발품으로 채우셔야 하는 영역입니다.
■ 종합 판단 — 90억은 '건물'이 아니라 '순서'에 붙은 값입니다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시공사가 확정된 3구역에서, 거래가 위축된 시기에 성사된, 같은 단지 대형 평형보다는 낮고 인접 단지 평균과는 비슷한 가격입니다.
과열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싸다고 말할 근거도 부족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그만큼 많기 때문인데요. 다음 두 가지를 이어서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관리처분계획 인가 일정과 이주 시기 — 사업이 다음 관문을 언제 넘는지
- 토지거래허가 기한과 대출 조건 — 지금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 두 가지가 정해지는 순간, 지금의 90억은 다시 읽히게 될 테니까요.